90년대 채묵의 새물결  

New Wave in ’90 Korean Color & Inkpainting

최병식 편저

1991. 9  예술과 비평사

  ′90년대 한국 현대동양화의 비평과 작품 위주의 연구. 〈형상과 자연주의의실종〉 〈색채의 만연〉 〈共同化현상대두〉등 경향별로 분류되어 있으며 주로 중년층부터 청년층에 이르기 까지 사상과 기법, 작가들의 본질적인 시각 등 기존의 전통적인인 관념을 넘어서 부단한 실험을 이어온 신사조를 다루었다.

324페이지/320장 작품도판/200자 원고지 100매 분량

 

평론가 최병식씨 최근흐름 분석 "한국화 채색유행"

스포츠서울 1992,1

 

  한국화(韓國畵)가 급변하고 있다. 재료와 기법, 그리고 내용면에서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그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지할 수 있지만 미술평론가 최병식씨는 최근 펴낸 '90년대 채묵의 새물결'에 그 변화의 과정과 유파의 특징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 설명하고 있다. 지난 90년과 91년에 개인전을 가진 작가중 앞으로 우리 한국화단을 이끌어 나갈 45세 이하의 작가 210명의 작품 경향을 분석한 이 책에서 최씨는 최근의 한국화 흐름을 크게 3가지로 파악한다.

  그 하나는 전통회화에 바탕을 두고 먹과 채색을 재료로 자연을 그리는 작가군(作家群)으로 한진만 이선우 김대원 김송열 정형열 나기환 노경상 이은경 등 15명이 이에 속한다.

  또 하나는 현대회화를 추구하긴 하지만 발묵효과를 노린다든가 전통회화를 변형시키는 등으로 어디까지나 그 뿌리는 전통회화에 두고 있는 작가군이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로는 황창배를 비롯, 김병종 석철주 서정태 이철량 오숙환 사석원 강경구 조환등 젊은 작가중 거의 대부분인 177명이 꼽힌다.

마지막으로 한국화로 분류하기가 주저될 정도로 재료나 기법, 내용면에서 서구화된 작품을 내놓는 작가군으로 배성환 김지현 김준근 이민주 등 17명이 여기에 속한다.

  최씨는 또 최근 현대한국화의 주된 흐름을 ▲채색 중심 ▲비형상성(非形象性) ▲반자연주의적 소재의 채택 등으로 요약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6, 7년전만 해도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채색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씨는 채색화가 성행한다고 해서 이를 과거의 채색화와 동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개중에는 민화나 불화의 전통을 이어 받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전통적 채색화와는 성격이 판이한 채색화들이 대부분 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통적 채색화는 종이가 갖는 특성 위에 먹과 채색으로 발색(潑色) 발묵(潑墨) 선염(渲染)의 효과를 노리지만 최근의 채색화들은 수채화물감, 과슈, 아크릴컬러 등 서구 재료를 사용, 수성질적(水性質的)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 또 토분, 안료 등 동양적 재료를 쓰더라도 작가의 시각이 서구적이어서 전통 채색화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 많고 기법면에서도 색채의 덩어리만 종이 위에 돌출시켜 과거와 같은 내재적인 체취를 찾기는 어렵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한국화의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최씨는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의 변화 ▲한학(漢學)의 단절과 전통의식의 소멸 ▲철학이 없는 미술교육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중국에는 중국화 작가 중 과반수가 전통적 자연주의에 기초를 둔 새로운 유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하고 이에 비춰 볼 때 우리 한국화단은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쏠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한국화단에 새바람 : 미술평론가 최병식씨 분석 "수묵화 줄고 「채색화」 는다"

중앙일보 1992. 1. 22.

 

  90년대 들어 젊은 한국화가들 사이에 「채색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80년대를 휩쓸었던 수묵화운동이 크게 퇴조하면서 대부분의 한국화가들이 너도나도 화폭에 색채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90년 이후 전시회를 가졌던 한국화가들의 90% 이상이 색채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채색화」는 전통적 채색화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전통적 채색화는 종이가 갖는 특성 위에 먹과 함께 發色·潑墨·번지기등 효과를 노리지만 최근의 채색화들은 아크릴컬러 과슈 수채화물감등 서구적 재료를 사용, 서구적 시각으로 표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사실은 미술평론가 최병식씨가 90년 이후 전시회를 열었던 45세 이하 전국 한국화가 2백여명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최근의 저서 『90년대 채묵의 새물결』에서 나타났다.

  최씨는 이 책에서 한국화가들을 세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다. 첫째는 전통회화에 바탕을 두고 먹과 채색을 사용, 주로 자연을 그리는 작가들로 이철량 문봉선 오숙환 이선우 안석준 노경상 한진만씨등 10여명이었다.

  둘째, 뿌리는 비록 전통회화에 두고 있지만 새로운 변형을 통해 현대적 회화를 추구하는 작가들로 황창배 김병종 석철주 서정태 사석원 이만수 김호득 박인현 이상찬 조환 김식 백순실 강찬모씨등 1백70여명에 이른다.

  셋째는 한국화로 분류하기조차 주저될 정도로 재료나 기법·내용면에서 서구화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로 배성환 이민구 박선희 최추자씨등 10여명이었다.

이들 자각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료는 물론 기법면에서도 과거의 채색화와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색채의 덩어리를 화면 위에 돌출시켜 마티에르의 효과를 시도한다든가, 물감을 흩뿌리는 등 실험적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과거의 내재적이고 은유적 체취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들 작가들이 색채의 집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非形象과 반자연주의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강렬한 표현적인 몸짓과 터치들, 해체된 형상들의 재해석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없는 방법들이었다. 전통적 산수화에 가까운 작품들은 신표현적 방식에 기초를 둔 추상·반추상작품들에 비해 1대15의 비율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그 소수의 작가들마저 대부분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물결은 최근 미술이 여타 분야와 접합을 이루는 共同化 현상과 80년대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씨는 이같은 변화의 원인을 ▲청년세대들의 漢學 단절과 한국적 전통의식의 소멸현상 ▲서구미술위주의 미술교육 ▲컬러가 지배하는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의 변화등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80년대 수묵화운동에 앞장서온 南天 宋秀南씨는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고 국제적 조류에 따르려는 젊은 작가들의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고 인정하고 『그러나 재료와 형식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많은 작품들이 획일화와 몰개성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같은 변화는 머지 않아 극복되어 수묵화가 제 위치를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평론가 尹凡牟씨(우리미술문화연구소장)도 『80년대말부터 시작된 시대적 유행』이라고 단정하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방황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자기얼굴」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